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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황그늘 청담동 명품가…발길 뜸한 명품족    
    : 27   :  2003-05-02   :  명품4989   :  1963
    :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 압구정로. 갤러리아백화점 인근에 들어서자 초고가의 수입명품 의류점들이 경쟁이라도 하듯 줄지어 들어서 있다.
각 매장의 쇼윈도에는 최신 유행 상품이 진열돼 있고 건물 외관은 장식품처럼 화려하다. 전면이 꽉 막힌 성벽 같은 외관에다 브랜드 이름만 커다랗게 걸려 있는 곳도 있다.


'한국의 베벌리힐즈'라 불리는 '청담동 명품가'다. 2∼3년 전부터 하나둘씩 들어서기 시작한 명품점들이 이제는 최고급 패션 매장 30여개가 대로를 따라 즐비하게 늘어서 하나의 '귀족타운'을 형성하고 있다.


명품가 입구에서 처음 맞닥뜨린 곳은 국산 브랜드 모피점. 꽤 부유해 보이는 여성들이 매장 안에서 물건을 고르고 있다. 여기는 시작에 불과하다. 루이뷔통, 구치, 프라다, 미쏘니, 캘빈클라인, 조르지오알마니, 질샌더, 돌체앤가바나, 페라가모 등 고급수입 브랜드점들이 자랑이라도 하듯 이어진다. 도로 맞은편에는 이상봉 이유덕 강숙희 등 국내 디자이너브랜드점들이 자리하고 있다.


경기 침체의 '무풍지대'로 여겨지던 이곳도 요즘 손님이 뜸한 모습이다.


한 수입의류 매장 관계자는 "올들어 매출이 지난해에 비해 10% 이상 줄었다"며 "경기침체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백화점이나 재래시장에 비해서는 그다지 타격이 심하지 않은 편이다.


명품가에 들어서면 서비스도 확실하다. 자동차를 대신 주차해주고 나갈 때 대기시켜 주는 '발레 파킹'이 이곳에서는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거리 중간쯤에 위치한 A매장에는 신사복이 170만∼250만원, 구두가 50만∼100만원, 셔츠도 30만∼50만원선이다. 근처 B매장에서는 여성코트가 200만∼300만원, 블라우스가 100만∼200만원, 핸드백이 80만∼200만원이다. 각 매장의 가격대는 대부분 엇비슷하지만 간혹 1,000여만원이 넘는 꼬리표가 붙어 있는 것도 있다.


A매장 점원 김모씨(28·여)는 "단골 고객들은 30∼40대 손님이 대부분이지만 20대 젊은이들도 더러 있다"며 "보통 고객 1명이 한달에 2∼3벌 정도를 사는 것이 일반적이다"고 말했다.


청담동 명품가에는 부유층만 드나드는 것이 아니다. 전시된 옷들을 뒤적이다 입어만 보고 가는 '구경족'들도 있다.


B매장을 찾은 손님 박모씨(32·여)는 "청담동 명품가는 과소비의 거리가 아니라 유행창조의 근원지예요. 디자이너들의 최신 유행상품을 알아보고 시장 같은 곳에서 비슷한 옷을 고르기 위해 가끔 구경삼아 이곳을 찾는다"고 귀띔했다.